수원 당수지구가 사실상 ‘환경 무법지대’로 전락했다. 본지 취재와 주민 제보 사진을 종합한 결과, 택지조성 현장과 지구 내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비산먼지·폐기물·위험물 관리 규정이 전방위적으로 무너진 실태가 드러났다. LH와 지자체의 감독 기능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였다.
당수지구의 포장도로는 진흙으로 뒤덮여 있었고, 세륜기 미가동으로 인해 대형 트럭들이 흙을 그대로 묻힌 채 오가며 흙먼지가 사방으로 퍼졌다. 현장을 지켜본 주민 A씨는 “비가 오면 흙탕물이 도로를 따라 흘러내리고, 마르면 먼지가 폭탄처럼 날린다. 대체 누가 책임지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LH의 행복주택이 들어서는 A-5BL 시공사 현장사무실 주변과 수원 당수 1지구 C3블록 공동주택 공사장 인근에서는 폐콘크리트·잡석·생활쓰레기가 뒤엉킨 야적 더미가 다수 발견됐다. 슬러지 보관함에는 정작 슬러지는 없고, 정체불명의 기름통 두 개가 방치돼 있었다. 이는 폐기물관리법 제13·17조와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위험물 보관)를 동시에 위반한 것이다.
환경 전문가 B씨는 “슬러지 보관함에 기름통을 넣어두는 건 사실상 관리 포기”라며 “화재, 누출, 토양오염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택지조성 현장은 더 심각했다. 라인건설이 시공 중인 현장에서는 건설오니(슬러지)를 톤백도 없이 맨땅에 그대로 방치한 흔적이 확인됐다. 이미 바닥은 금이 가고 토양과 섞여 오염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었다. 슬러지함에는 톤백에 담긴 슬러지와 일반쓰레기가 뒤섞인 채 방치돼 있었다.
제보자에 따르면 C3BL·D3BL 아파트 현장에서는 ‘뻘흙 토사’가 대량 발생했으며, 이 토사가 오염 여부를 확인하는 시험 성적서 없이 반출됐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전문가들은 “해당 토사는 중금속 오염 가능성이 높아 지하수·농지 등 2차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아파트 현장에서는 비산먼지 저감시설인 방진벽이 절반만 설치된 상태에서 터파기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비산먼지가 그대로 외부로 날리며 시민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상황이었고, 이는 명백한 법령 위반이다.
이에 대해 LH 수원 당수지구 택지소장 H씨는 취재진에 “택지 준공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아 정신이 없다. 매일 점검하고 시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택지조성은 LH 책임이지만, 아파트 신축은 개별 시공사 책임”이라며 책임 소재가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당수지구 전체의 환경관리 시스템이 붕괴된 상태”라며 “현재 상황이라면 전면적인 정밀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폐기물·슬러지 방치, 위험물 관리 부실은 중대한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으며, LH가 총괄 관리 책임을 회피해 문제를 고착화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토사·폐기물·위험물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수지구는 LH가 주도하는 대표 공공택지임에도, 현재의 모습은 공공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세륜기 미가동, 폐기물·슬러지·위험물 방치, 중금속 우려 토사 무단 반출 등은 법만 제대로 지켜도 발생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주민들은 “우리는 지금도 먼지·오염·악취 속에서 살고 있다. 준공보다 환경부터 챙겨라”고 호소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