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당이라서, 선배라서”... 온정주의와 정당 공천에 묶인 ‘침묵의 카르텔’
행정사무감사·예산심의 등 법적 칼날 무뎌져… 시민들 “의회 무용론” 거세
지방자치의 두 축은 집행부인 시청과 이를 감시하는 시의회다. 하지만 지난 30년, 동해시의 수장들이 번갈아 가며 뇌물과 비리로 법정에 서는 동안 동해시의회가 과연 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시민들은 냉혹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시장이 독주하고 비리가 싹트는 동안 시의회는 ‘견제자’가 아닌 ‘방관자’ 혹은 ‘동조자’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 1. ‘정당 공천’의 덫… 집행부 거수기로 전락한 시의원들
동해시의회 내부를 들여다보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이 왜 무너졌는지 알 수 있다. 동해시는 전통적으로 특정 정당의 지지세가 강해 시장과 시의원 다수가 같은 정당 소속인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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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예속: 시의원들에게 시장은 ‘행정의 수장’이자 동시에 공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적 상급자’다. 차기 공천을 의식해야 하는 의원들이 시장의 역점 사업이나 비위 의혹에 칼날을 세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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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주의: 좁은 지역 사회에서 선후배로 얽힌 관계는 의정 활동의 객관성을 흐린다. 시장의 전횡을 보고도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눈감아주는 온정주의가 30년 부패의 토양이 되었다는 지적이다.
■ 2. 형식에 그친 행정사무감사… ‘수박 겉핥기’식 감시
시의회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행정사무감사와 예산 심의권도 무뎌진 지 오래다. 역대 시장들이 대게마을 조성 사업권이나 특정 업체 편의 제공 등 이권에 개입하는 동안, 시의회는 절차적 하자나 예산 집행의 적절성을 사전에 가려내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시의원은 “시장이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대해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해도, 집행부가 정보를 독점하고 은폐하면 실상을 파악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의원들이 전문성을 기르고 집요하게 파고들기보다, 시장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역구 민원 해결에만 골몰한 결과가 지금의 사태를 불렀다”고 일갈한다.
■ 3. ‘침묵의 동조’가 부른 행정 공백과 시민의 피해
시장이 구속되고 재판을 받는 비상사태에서도 동해시의회의 태도는 소극적이기만 하다. 시장의 사과를 촉구하거나 시정 공백을 메우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의 주도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시민 박모(55) 씨는 “시장이 뇌물 혐의로 구속됐으면 의회에서 즉각 대시민 사과 성명을 내고 시장의 직무 수행 적절성을 따져 물었어야 했다”며 “의원들이 시장 눈치 보느라 입을 닫고 있는 사이, 동해시의 이미지는 추락하고 행정은 멈춰 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의회 개혁 없이는 ‘제5의 뇌물 시장’ 또 나온다
동해시의회는 ‘민의의 전당’이라기보다 ‘권력의 안식처’에 가까워 보인다. 시장 전원이 사법처리되는 동안 의회가 제 목소리를 냈다면, 과연 이토록 참담한 기록이 이어졌을까.
시의회는 이제 ‘의회 무용론’이라는 시민들의 차가운 시선을 직시해야 한다. 정당의 지시가 아닌 시민의 명령을 듣는 의회, 시장의 선배가 아닌 시민의 대변인으로서 서는 의회로 거듭나야 한다.
2026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후보자들은 ‘시장과 잘 지내는 의원’이 아니라 ‘시장을 가장 무섭게 감시할 의원’이 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의회가 바로 서지 않으면 30년 부패의 사슬은 결코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한방통신사 양호선기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