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김동현 기자] “예전엔 골목마다 캐리어 끄는 소리가 정겨웠는데, 이제는 밤만 되면 적막강산입니다. 손님은 끊겼는데 세금이랑 물가는 오르니, 이웃들끼리 모이면 한숨뿐이죠.”
제주에서 평생을 살아온 시민들의 목소리는 비장하다 못해 처절하다. 한때 제주의 경제를 떠받치던 숙박업이 ‘공급 과잉’과 ‘수요 위축’이라는 유령에 잠식당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제주시민들의 삶으로 파고들고 있다.
■ “동네 민박은 고사 직전, 거대 호텔만 배 불리는 현실”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작은 민박을 운영하는 시민 C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관광객이 줄었다고들 하지만, 사실 대형 호텔들은 덤핑으로라도 손님을 채웁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영세 민박은 마케팅도 안 되고 가격 경쟁도 안 돼요. 제주시가 허가는 무분별하게 내주더니, 정작 우리가 죽어갈 때는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실제로 제주시민들이 체감하는 숙박업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거대 자본이 투입된 호텔들은 화려한 야경을 뽐내며 들어서지만, 그 이면에서 제주의 정취를 지키던 소규모 숙박업소들은 운영비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 간판을 내리고 있다. 시민들은 이것이 단순한 ‘업종의 침체’가 아니라, 제주의 지역 공동체가 붕괴되는 신호라고 경고한다.
■ “잠만 자고 가는 제주 싫다… ‘체류’할 이유를 만들어달라”
제주시 연동에서 만난 청년 시민 D씨는 행정의 무능을 꼬집었다. “지금 제주의 숙박 정책은 ‘잠자리 공급’에만 매몰돼 있어요. 관광객들이 제주에 더 오래 머물며 우리와 호흡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없으니, 체류 기간은 짧아지고 숙박비는 깎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비성수기에 유휴 객실을 워케이션이나 장기 체류 공간으로 전환하는 식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시민들은 제주도 당국에 ‘조화로운 육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대형 호텔 위주의 행정에서 벗어나, 제주의 계절과 마을의 특색이 살아있는 민박과 소규모 숙박업소가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복원해달라는 것이다.
■ 시민의 삶이 무너진 관광은 ‘허구’다
현장에서 만난 제주시민들의 요구는 명확하다. 단순히 관광객 숫자를 채우는 통계 정치가 아니라, 제주에 사는 사람들이 숙박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로드맵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과잉 경쟁으로 인한 가격 하락은 결국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제주 관광의 이미지를 훼손한다. 제주도는 지금이라도 시민들의 만족도와 수요를 정밀하게 조사해, 계절별·지역별 맞춤형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제주시민들이 다시 활짝 웃으며 손님을 맞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관광 1번지’ 제주의 명성도 회복될 수 있다. 시민들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한방통신사 김동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