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해시청 전경 [30년 반복된 ‘시장 잔혹사’에 지역 자부심 처참히 무너져]
-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 “자진 사퇴하고 시정 공백 책임져야” 강력 성토
동해시청 앞 광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3선 시장으로서 지역의 안정을 이끌어줄 것이라 믿었던 심규언 시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법정에 서고, 구속과 석방을 반복하는 초유의 사태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를 넘어선 듯 보였다. 현장에서 직접 들은 동해 시민들의 목소리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 깊은 절망과 분노를 담고 있었다.
■ “뽑아준 손가락이 부끄럽다”... 거리에 쏟아진 허탈함
천곡동 인근에서 만난 자영업자 김모(58) 씨는 심 시장의 재판 소식에 긴 한숨부터 내뱉었다. “행정 전문가라고 해서, 3선까지 시켜주면 동해가 좀 안정될 줄 알았다”는 그는 “그런데 대게마을이니 뭐니 하는 사업권으로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보니 내가 저 사람을 위해 투표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북평시장에서 만난 주부 이모(46) 씨의 반응은 더 격렬했다. “동해시는 시장이 바뀔 때마다 감옥에 가는 게 전통이냐”고 반문하며 “민선 1기부터 지금까지 시장들이 죄다 뇌물로 조사받는 걸 보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동해에 산다는 걸 어떻게 자랑스럽게 말하겠느냐”고 일갈했다. 시민들이 느끼는 상처는 개인의 범죄 혐의를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뿌리째 흔들고 있었다.
■ ‘6개월 구속’ 뒤 시정 복귀... “염치없는 행보” 비판 거세
재판 도중 구속 기한 만료로 석방된 심 시장이 별다른 사과나 해명 없이 시정에 복귀한 것을 두고도 ‘염치없는 행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단체 관계자는 “뇌물 혐의로 구속까지 됐던 사람이 풀려나자마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시장실로 출근하는 모습은 시민들을 대놓고 무시하는 처사”라며 “법적 판결이 나오기 전이라도,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는 것이 그나마 남은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반복되는 ‘뇌물 시장’의 흑역사... 30년 부패의 사슬
시민들의 분노가 이토록 거센 이유는 동해시가 지난 30년간 겪어온 ‘부패의 흑역사’ 때문이다. 민선 1기 김인기 전 시장부터 김진동, 김학기, 그리고 현재의 심규언 시장까지, 동해의 수장들은 예외 없이 사법처리의 대상이 됐다.
특히 형제가 나란히 시장을 지내며 똑같이 뇌물 혐의로 구속된 김인기·김학기 전 시장의 사례는 여전히 지역의 뼈아픈 오점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심 시장마저 뇌물 재판을 받게 된 것은 동해시의 공직 윤리가 구조적으로 붕괴했음을 보여주는 서글픈 증거라는 것이 지역 여론의 중론이다.
■ “동해의 주권은 돈봉투가 아닌 시민에게 있다”
취재 중 만난 한 청년은 “우리 지역이 ‘뇌물 도시’로 낙인찍히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동해시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심 시장의 재판 결과는 사법부의 판단이겠지만, 이미 무너진 시민들의 신뢰와 실추된 도시의 이미지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동해시민들은 이제 ‘누가 더 힘 있는 시장인가’를 묻지 않는다. ‘누가 더 깨끗하고 정직한 시장인가’를 묻고 있다. 30년 부패의 사슬을 끊어내고,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동해를 물려주는 것. 그것이 지금 동해 시민들이 차기 리더들에게 던지는 가장 간절하고도 무거운 숙제다.
한방통신사 양호선기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