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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국립대, “어머니 안수산의 가장 큰 유산은 인종·성차별을 극복한 ‘끈기’”

도산 안창호 선생의 외손자 필립 안 커디 씨, 경상국립대학교 내방

 

한방통신사 신유철기자 기자 | 독립운동가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 1878~1938) 선생의 외손자이자, 안창호의 딸 안수산 여사의 아들 필립 커디(Philip Ahn Cuddy·70세·미국 캘리포니아) 씨가 9월 19일 오후 경상국립대학교를 내방했다.

 

필립 안 커디 씨는 안수산 여사의 삶과 ‘코리안 아메리칸’을 연구하는 경상국립대학교 사학과 박사과정 박현순 씨와 신종훈 지도교수를 만나기 위해 경상국립대학교를 찾았다. 박현순 씨는 2018년 8월 ‘코리안 아메리칸 안수산 연구(A Study of Susan Ahn Cuddy as Korean-American)’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박사과정에서 ‘도산 안창호 가족사 연구: 미주 한인공동체 내에서의 역할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연구 중이다.

 

신종훈 교수는 “그동안 국내 학계에서 안수산 여사에 대한 연구는 일천한 상황이었다. 박현순 씨의 석사학위 논문이 안수산 여사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데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하고 “필립 안 커디 씨는 한국을 자주 내방하는데 그의 활동으로 우리 국민이 안창호 선생뿐만 아니라 안수산 여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기를 바란다. 경상국립대학교 내방도 그러한 활동의 하나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현순 씨는 “안수산 여사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역사적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그에 대해 그다지 많은 관심을 갖지 못해 왔다. 우리 사회의 민족주의적·가부장적인 시각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라면서 “박사과정에서는 이주한인공동체 내에서의 여성의 역사로 연구를 좀 더 확대시켜서 그들의 삶을 역사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박현순 씨는 “이번 필립 안 커디 씨의 내방은 안수산 여사에 대한 관심을 넓고 깊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경상국립대학교는 필립 안 커디 씨의 내방을 계기로 안창호 선생과 안수산 여사의 삶과 정신에 대해 들어봤다(질문 답변은 사전에 서면으로 진행).

 

필립 안 커디 씨는 어머니 안수산 여사에 대해 “무엇보다도 끈기가 가장 큰 유산”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해군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장교로서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극복하며 활동한 삶을 전했다.

 

그는 안창호 선생의 손자로서 “도산의 유산은 여전히 왜곡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올바르게 지키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며 “도산의 정신은 정직과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안수산 여사의 암호 해독 능력과 국가안보국(NSA) 근무 경력에 대해서도 “부모님은 미국과 한국을 위해 중요한 애국적 일을 했다.”라며 깊은 자부심을 드러냈다.

 

필립 안 커디 씨는 “만약 어머니가 남성이었다면 한국 사회에서 훨씬 더 잘 알려졌을 것”이라며, 안수산 여사가 한국 독립과 미국 사회 양쪽에 기여한 사실이 더욱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청년들에게는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며, 결국 운명이 된다.”라며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타인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경상국립대학교 박현순 연구원이 안수산 여사와 관련한 석사학위 논문을 썼고 현재 박사과정에서도 연구를 이어가는 데 대해 필립 안 커디 씨는 “어머니 이야기는 미국 역사뿐 아니라 세계 역사에도 중요하다. 한국인들은 이전에는 어머니의 실제 삶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 나는 박현순 연구원이 한국계 미국인의 역사를 한국인들에게 명확하고 정확하게 알리는 이러한 연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필립 안 커디 씨는 1973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이후 75회 이상 방문했다. 이번에는 필립 안 커디 씨는 9월 17일부터 28일까지 한국에 체류할 예정이다.

 

다음은 필립 안 커디 씨와의 서면 인터뷰 질문 답변 요지이다.

- 어머니와 관련하여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은 무엇인가?

“어머니는 미국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해군 장교이자 포술 장교로서, 매우 다양한 일을 성취하신 분이다. 여러 업적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끈기와 강인함이다. 어머니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고, 자신이 옳다고 믿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셨다. 이러한 끈기가 어머니의 삶 전반을 이끌어 준 힘이었다.”

 

- 안창호 선생의 손자로서, 그의 정신을 어떻게 계승하고 있는지?

“매일 도산의 유산과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 도산 선생의 사상은 당시 평범한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진보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도 잘못된 정보와 왜곡된 해석이 많아 이를 바로잡는 일이 제 중요한 역할이다. 저의 가족, 특히 할머니와 어머니, 아버지의 정신이 저를 지탱해 주며, 저는 도산의 이름과 유산을 올바르게 전하는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다.”

 

- 어머니께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에서 암호 해독에도 참여하셨다. 이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있는가?

“어머니는 자신이 수행한 업무에 대해 자세히 말씀하시지 않았다. 일부는 지금도 기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머니는 수학적 능력, 패턴 인식, 논리적 사고를 활용하여 뛰어난 암호 해독 실력을 발휘하셨다. 당시 최고 수준의 암호 해독가들과 함께 일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가르칠 정도로 앞선 능력을 갖고 계셨다.”

 

- 국가안보국(NSA) 근무는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NSA에서 근무하셨지만, 당시에는 거의 말씀을 나누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내가 4살이던 1959년에 퇴직하셨다. 어린 시절에는 NSA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지만, 성인이 되어 부모님의 일을 이해하게 되면서 그분들이 미국과 한국을 위해 헌신한 애국자였음을 깨닫게 됐다. 지금도 부모님이 하신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

 

- 한국과 미국 사회에서 어머니의 업적은 어떻게 평가되어야 한다고 보시는지?

“미국에서는 어머니를 ‘숨겨진 여성 영웅’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만약 어머니가 남성이었다면 더 큰 주목을 받았을 것이다. 어머니는 한국 독립을 위해 헌신했고, 동시에 미국의 애국자로서도 큰 업적을 남기셨다. 나는 어머니가 한·미 양국에서 더욱 널리 알려지고 존경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어머니와 도산 선생에게서 오늘날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도산 선생은 정직과 진실을, 어머니는 옳은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끈기를 보여주셨다. 오늘날 사회는 잘못된 정보와 가짜 뉴스가 넘쳐나지만, 결국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는 진실과 정직이다. 나는 이 두 분의 삶에서 현대인들이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

“여러분의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며,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인격이 되어 결국 운명을 만든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고, 타인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며, 기계가 아닌 진정한 양심이 여러분의 삶을 이끌기를 바란다. 도산 선생이 말씀하신 것처럼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라"는 삶의 태도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

 

- 박현순 연구원은 어머니에 대한 석사논문을 작성했고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가족으로서 한국에서 이러한 연구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박현순 연구원이 어머니의 삶을 연구하고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머니의 이야기는 미국 역사뿐 아니라 세계 역사에도 중요하다. 한국인들은 이전에는 그녀의 실제 삶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 따라서 나는 박현순 연구원이 한국계 미국인의 역사를 한국인들에게 명확하고 정확하게 알리는 이러한 연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박현순 연구원에게 자료와 추억을 직접 제공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셨다. 연구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는가?

“연구 시작은 매우 기억에 남는다. 박현순 씨가 나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나는 그녀가 누구인지, 왜 연락했는지 전혀 몰랐다. 그녀는 어머니에 대한 관심을 설명했다. 나는 도와주기로 했다. 그녀는 3주 동안 우리 집에 와서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놀랐지만 괜찮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녀의 노고와 안창호 가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에 감사드린다.”

 

◆ 안수산 여사

 

안수산은 도산 안창호의 딸이다. 1915년 1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도산 안창호와 이혜련의 맏딸로 태어난 안수산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미국 해군에 입대해 아시안 아메리칸 여성으로서 최초의 해군 장교, 미국 여성으로서 최초의 포격술 장교가 됐고 해군 대위로 통신본부의 암호해독팀에서 복무했다. 제대한 뒤에는 국가안보국 내 중요부서의 책임자로 활동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의 안수산은 독립운동가의 딸로서 한국과 끊임없이 소통했고, 동시에 한인 이민 개척자들의 역사를 보존하면서 코리안 아메리칸 공동체(Korean-American Community)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그녀의 모든 삶을 할애했다. 21세기가 시작된 후에도 15년을 더 살았던 안수산은 무엇보다도 젊은 코리안 아메리칸 2세들 교육에 몰두했는데 자신의 경험을 제시하며 ‘누구든 원하는 대로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그녀는 타계하기 하루 전인 2015년 6월 23일까지도 공식 석상에서 코리안 아메리칸 2세들에게 강연을 하는 등 100세 고령 여성의 행적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운 강인함을 보여주었다.

 

안수산 생전의 주요 기록으로는 2003년 올해의 여성상 수상, 2006년 아시안 아메리칸 저스티스 센터(AAJC)가 수여하는 ‘아메리칸 커리지 어워드(American Courage Award)’ 한인 최초 수상, 2008년 미국 대통령 후보 오바마 지지 연설, 2013년 LA다저스 홈경기 중 게임의 베테랑(Veterang of the Game) 선정, 2015년 3월 10일 LA카운티 정부의 ‘안수산의 날’ 선포, 2015년 'Born to Lead' 연극 공연 등이 남았다.

 

사망 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에서는 그를 ‘미국 역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 없는 여성 영웅(UNSUNG WOMEN)’으로 선정했고 2018년에는 ‘아시안 아메리칸 및 태평양 도서지역 미국인 유산의 달’을 맞아 백악관 성명에서 안수산의 이름을 거명하며 그의 행적에 존경을 표했다. 그가 미국 역사에 매주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로 평가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언론에서 보도한 신문기사들 외에는 알려진 자료가 거의 없다. 유일한 자료로는 2003년 번역 출간된 그의 전기 《버드나무 그늘 아래》(문학세계사, 2012)가 있다.


[뉴스출처 : 경상국립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