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가 8월 20일부터 가구별 계량기를 50% 잠그는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도심 대부분이 포함되는 홍제정수장 급수구역 18만여 명이 대상이다. 주 상수원 오봉저수지는 8월 19일 기준 저수율 21.8%로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시행 하루 만에 20% 선 아래로 더 떨어졌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시는 저수율이 15% 아래로 내려가면 계량기 75% 잠금과 농업용수 중단까지 검토하고 있다. 시민들 입에서 “며칠 버틸 수 있느냐”는 말이 먼저 나온다.
관광 절정기의 해변 샤워장은 제한 운영이 걸렸고, 일부 공중화장실과 실내 수영장은 문을 닫았다. 정부는 가뭄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올리고 생수 지원, 절수 대책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밸브를 조이는 단기 처방만으로는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를 되살릴 수 없다.
강릉 생활용수의 87%를 책임지는 오봉저수지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구조가 이번에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8월 23일, 강릉단오제보존회가 대관령 산신당과 국사성황사에서 기우제를 올렸다. 공동체의 안녕을 비는 의식 자체를 폄훼할 이유는 없다. 다만 시민들이 비판하는 지점은 명확하다.
시민A씨는 “21세기 물관리의 대책이 의식(儀式)에 기대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건 수치와 계획”이라는 것이다. 기우제 소식이 전국을 타고 퍼지는 사이, 현장 시민들은 “물 탱크가 바닥나면 영업을 멈춰야 한다”, “언제 단수로 넘어가나 불안하다”고 말한다.
저수율이 18.3%까지 내려가 사용 가능일수가 22일 남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시가 내놓은 조치들은 주로 절수·압력조정·시설 휴관 같은 ‘소비 억제’에 머문다. 구조적 해법은 더디다. 중앙정부와 관계기관은 저수지의 사수(死水, dead storage) 활용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병행해 생수 공급과 응급 절수 캠페인을 도입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비상 수단이다.
장기적으로는 대체·광역 수원 연계, 재이용, 누수 저감, 탄력요금 등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 “가뭄이 끝나면 또 잊고, 다음 가뭄 때 다시 밸브를 잠그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물 관리의 중심을 ‘행사’가 아니라 ‘인프라와 가격 신호’로 옮겨야 한다.
시민들의 불만은 김홍규 시장의 치수(治水) 리더십으로 향한다. “오봉 하나에 기대는 구조를 언제까지 두고 볼 거냐”, “광역 연계와 대체 수원, 재이용 설비, 긴급 전환 매뉴얼을 미리 갖췄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실제로 시는 ‘제한급수’ 공지에 앞서, 저수율·절수 효과·향후 30일 공급 시나리오를 데이터로 설명하고, 15% 하락 시(75% 잠금) 단계의 생활·영업 대책을 업종별로 제시했어야 한다. 시민들은 “정책은 숫자로 말하는 것”이라며 일 단위 공개 대시보드를 요구한다.
이번 사태는 강릉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위기와 장기 가뭄이 반복되는 시대에 지방도시의 상수도는‘단일 저수지 의존+관로 노후+요금 경직’이라는 취약한 삼각형에 걸려 있다.
강릉은 지금이라도 ① 오봉—인근 수원—재이용수—광역망을 잇는 연결 청사진을 내고, ② 탄력 요금·절수 인센티브로 수요를 관리하며, ③ 누수 감시·관로 교체를 고도화하고, ④ 응급 급수·병원·요식업 등 다소비 업종의 영업 연속성 계획을 확정해야 한다. 그 계획이 공개될 때, 시민들은 “다음 가뭄에도 버틸 수 있다”는 신뢰를 비로소 갖게 된다.
‘비를 비는 마음’은 존중받을 전통일 수 있다. 그러나 수도꼭지는 상징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밸브를 반만 여는 대신, 데이터와 로드맵을 활짝 여는 일, 그것이 21세기 도시가 시민에게 보여줄 치수의 기본이다. 기우제는 문화이고 의식일 뿐, 정책이 아니다.
한방통신사 양호선기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