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노래로 한데 어울렸다. 사단법인 대한노인회 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회장 김인순)가 8일 오후 제주시 한라아트홀 소공연장에서 ‘혼터울 어울림 한마당–1·3세대 동요대회’를 처음 열었다.
경로당 어르신(1세대)과 손주·지역아동(3세대)이 한 팀이 되어 같은 무대에 서는 이 색다른 경연은 연합회가 주최하고 경로당광역지원센터가 주관했으며, 제주특별자치도가 후원했다.
도내 각 경로당에서 선발된 17개 팀이 참가해 객석을 가득 메운 가족과 이웃의 응원을 받으며 노래로 세대를 잇는 모습을 보여줬다.
무대는 아이들의 해맑은 합창으로 문을 열었다. 식전공연으로 예술어린이집 원아들이 등장해 분위기를 달군 뒤, 국민의례와 개회사가 이어졌다. 본 경연은 1·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에는 ‘나뭇잎 배’ ‘과꽃’ ‘네잎 클로버’ ‘못난이 삼형제’ ‘고향의 봄’ ‘군밤타령’ ‘모두 다 꽃이야’ 등 세대가 함께 부르기 좋은 곡들이 올랐고, 중간에는 연합회 부설 노인대학원 합창단의 특별공연이 무대를 채웠다.
이어진 2부에서는 ‘웃당보민(웃다 보면)’ ‘푸르다’ ‘도라지꽃’ ‘달팽이의 하루’ ‘옛날이야기’ ‘반달’ ‘꽃밭에서’까지, 고전 동요와 현대 동요가 균형 있게 배치되며 관객의 박수와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제주다움’이었다. 프로그램 책자에는 ‘옛날이야기’ ‘웃당보민’ 같은 제주어 번안 동요의 가사와 표준어 해석이 나란히 실렸다. “웃음이 보약”이라는 메시지를 제주어로 풀어쓴 노랫말을 손주가 또박또박 읽어 내려가면, 할머니·할아버지는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며 화답했다.
무대 아래에서는 부모 세대가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잘했다!”는 격려가 객석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무대 구성도 알차게 짜였다. 점심 시간에는 참가자 등록과 리허설이 차분히 진행됐고, 경연 중간중간에는 지역 동호회의 재능기부가 이어졌다. 노인대학원 합창단이 품격 있는 합창을 들려주었고, 우아미 색소폰 동아리는 친숙한 멜로디로 관객을 일으켜 세웠다. 막바지에는 심사평과 함께 시상, 단체 기념촬영까지 이어지며 축제 같은 하루가 완성됐다.
연합회는 이번 행사를 “경로당이 마을 문화의 거점이 되고, 아이들에게는 어른 공경과 공동체 감수성을 가르치는 장”으로 기획했다. 특히 경연이라는 형식을 통해 준비 과정부터 세대 간 대화를 촉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손주는 가사를 외우며 할머니에게 제주어 발음을 묻고, 어르신은 옛 추억을 꺼내 손주의 박자 연습을 돕는다. 그 과정에서 세대의 거리는 한 발 더 가까워졌다.
경연에 오른 레퍼토리는 세대를 관통했다. ‘과수원길’ ‘오빠생각’ ‘섬집 아기’ 같은 고전 동요는 어르신들의 기억을 깨웠고, ‘모두 다 꽃이야’ ‘네잎 클로버’ 같은 현대 동요는 아이들의 몸을 자연스레 흔들리게 했다. 팀 소개 면에는 각 경로당과 참가 아동의 사진이 실려 있어, 노래가 끝난 뒤에도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응원의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행사장을 찾은 지역 인사들과 경로당 회장단은 “노래 한 곡이 세대를 잇는 다리가 됐다”며 격려를 보냈다. 주최 측은 “첫 회에 보여준 호응과 성과를 바탕으로 참가 경로당을 넓히고, 제주어 동요 보급과 어르신 문화활동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연이 끝난 뒤에도 무대 주변에서는 팀별 단체 사진과 즉석 앙코르가 이어졌고, 아이들과 어르신은 손을 꼭 잡은 채 공연장을 나섰다.
제1회 1·3세대 동요대회는 ‘경로당이 곧 마을의 문화센터’라는 비전을 현실로 보여준 자리였다. 노래는 끝났지만, 노랫말에 담긴 웃음과 감사, 그리고 “세대가 함께”라는 메시지는 오래도록 귓가에 맴돌았다. 연합회가 예고한 대로 이 행사가 정례화된다면, 제주는 매년 여름 세대를 넘어 함께 부르는 합창으로 다시 한 번 하나가 될 것이다.
한방통신사 양호선기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