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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집중기획] 아이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부모는 ‘각자도생’으로… 정부의 늘봄학교 확대 철회, 사실상 ‘공공 돌봄 포기 선언’

전 학년 확대 약속 1년 만에 뒤집기… 초3 학부모들 “연말에 벼락 맞은 기분”

- 교육부 전경  정치적 ‘전 정부 지우기’가 불러온 교육 대혼란… 국가가 저출생 부추기는 꼴

[강원=양호선 기자] 아이를 낳으라고 독려하던 국가가 정작 아이를 맡길 곳은 없애겠다고 통보했다. 윤석열 정부가 저출생 해결의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던 ‘늘봄학교’가 정권 교체와 함께 급격한 제동이 걸렸다.

 

교육부가 2026년부터 예정됐던 늘봄학교의 초등학교 전 학년 확대 계획을 철회하면서, 공교육의 돌봄 책임을 믿고 기다렸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사실상 돌봄 포기를 선언했다”는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약속했던 ‘전 학년 확대’ 백지화… “애는 누가 보나” 학부모 절규

최근 교육부는 내년에도 늘봄학교 대상을 초등학교 1, 2학년으로 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2026년부터 전 학년으로 대상을 넓혀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을 완성하겠다던 약속을 단 1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로 인해 늘봄학교 혜택을 받았던 초등학교 2학년 학생 27만여 명은 당장 내년부터 학교 밖으로 내몰리게 됐다. 서울의 한 학부모는 “올해부터 전 학년 확대라고 해서 학원 스케줄도 안 짜고 믿고 있었는데, 연말에 갑자기 안 된다고 하면 맞벌이 부부는 직장을 그만두라는 소리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믿었던 시민들에 대한 명백한 배신행위다.

 

■ 50만 원 지원금의 기만… “사교육 시장으로 등 떠미는 행정”

교육부는 늘봄학교 확대 대신 초3 학생들에게 연간 50만 원의 ‘방과후 프로그램’ 이용권을 주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는 현장의 실정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무료로 저녁 8시까지 운영되던 늘봄학교와 달리, 유료인 방과후 프로그램은 수업당 수강료가 발생한다. 연간 50만 원으로는 일주일에 단 한두 개의 수업을 듣는 것조차 빠듯하며, 무엇보다 늘봄학교가 제공하던 ‘저녁 돌봄’의 공백을 전혀 메울 수 없다. 결국 부족한 돌봄 시간은 고스란히 사교육 시장의 몫이 되고, 학부모들은 수백만 원의 학원비를 추가로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 ‘전 정부 지우기’가 망친 교육 복지… 정치 공방에 희생된 아이들

교육계에서는 이번 정책 번복의 배경에 ‘전 정부 지우기’라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의심한다. 늘봄학교는 지난 정부 정책 중 학부모 만족도가 80%를 넘을 정도로 호응이 높았던 사업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돌봄의 주체를 학교에서 ‘지자체’로 넘기려는 ‘온 동네 초등돌봄’으로 국정과제를 급선회하면서 멀쩡한 정책이 난도질당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부 보수 교육 단체의 정치 편향 논란이 늘봄학교 축소의 빌미가 된 점은 더욱 참담하다. 아이들의 교육과 돌봄이 정치적 셈법에 따라 휘둘리는 사이, 그 피해는 오롯이 저소득층과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 ‘국가 책임’ 던져버린 정부, 저출생 대책 말할 자격 있나

이번 늘봄학교 확대 철회는 국가가 수행해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스스로 걷어찬 행위다. 돌봄의 책임을 학교에서 지자체로 떠넘기는 과정에서 발생할 안전 문제와 교육의 질 저하에 대한 대책은 어디에도 없다.

 

정부는 ‘예산 부족’과 ‘교직원 업무 부담’을 핑계로 삼지만, 이는 정책적 우선순위의 문제일 뿐이다. 수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으며 저출생을 해결하겠다고 공언하면서도, 정작 부모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돌봄 서비스를 축소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의 ‘돌봄 포기 선언’이다. 정책의 지속성이 무너진 자리에는 국가에 대한 불신과 사교육의 그늘만이 짙게 깔릴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을 사과하고, 초등 전 학년 돌봄 약속을 이행할 실질적인 로드맵을 다시 제시해야 한다. 아이들의 오후를 책임지지 못하는 국가에 내일은 없다.

 

한방통신사 양호선기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