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이 불면 발전기가 돌아가듯, 에너지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전환은 그렇게 부드럽게 흐르지 않는다. 강원·동해안 곳곳에서도 풍력발전 도입을 두고 갈등이 반복되며 ‘친환경 에너지’가 오히려 지역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어떻게 함께 갈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이다.
■ 갈등의 출발점: “환경 VS 지역 혜택”의 구조적 충돌
풍력발전 갈등의 가장 큰 배경은 주민들이 느끼는 불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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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는 바람 좋은 지역에 세워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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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혜택은 전력 시장과 투자자에게 집중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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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작용은 소음·경관 훼손·부지 제한 등으로 지역 주민에게 돌아오는 구조
결국 주민들은 “우리는 희생만 하고 얻는 것이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특히 강원 동해안처럼 자연경관과 관광산업 비중이 큰 지역은 ‘경관 가치’를 경제·정서적으로 중요하게 여긴다. 여기서 경관 훼손에 대한 우려는 실제 경제적 기회 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 주민 수용성을 높이려면: 세계가 먼저 선택한 해법들
해외에서 갈등을 해결한 풍력 선진국들은 의외로 비슷한 답을 내놓고 있다.
“주민을 투자자로 만들라.”
1) 지분 참여 모델 — 덴마크·독일의 대표적 성공 사례
주민들이 풍력발전소 지분을 일정 비율로 소유하는 방식이다.
전력 판매 수익이 직접 주민에게 돌아가고, 지역경제에 순환한다.
갈등은 줄고 오히려 “우리 지역의 자산”이라는 인식이 생긴다.
2) 전기요금 할인·지역 전력 우선공급
발전시설 주변 주민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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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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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바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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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단위 공공시설 전력 무료 제공
같은 생활 밀착형 혜택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3) 투명한 환경영향 공개 시스템
드론, AI 환경 센서, 소음 측정 장비 등을 활용해
환경영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방식이다.
“정보 비대칭”이 해소되면 신뢰도 함께 회복된다.
4) 지역 상생기금 조성 및 마을 단위 사업 지원
발전소 수익의 일정 비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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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 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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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냉난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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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창업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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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축제 운영
등에 투입하면 ‘개발이 곧 마을 발전’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 강원·동해안이 참고해야 할 모델: “전력 + 관광 + 지역혜택” 패키지
동해안 풍력발전의 강점은 ‘바다’ 그 자체다.
풍력단지와 해안경관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공간은 이미 하나의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갈등을 해결하려면, 단순 에너지 사업이 아니라
“전력 생산 + 지역 관광 + 주민 수익”의 통합 모델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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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 해설센터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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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포토존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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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농산물·수산물 연계 관광 상품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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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업과 협업한 체험 프로그램
이런 방식은 주민들의 참여 기회를 늘리고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 갈등 조정의 3단계: “사전–과정–운영” 전 단계의 공개
전문가들은 풍력 개발이 성공하려면 다음 3단계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① 사전 단계: 정보 비대칭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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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속, 입지, 소음 예측, 경관 시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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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영향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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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조류 조사 결과
모든 정보를 주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② 협의 단계: 주민 참여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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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대표위원회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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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자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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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공익 전문가 참여
갈등 중재자 없이 진행하는 개발은 필연적으로 오해를 낳는다.
③ 운영 단계: 이익 공유 구조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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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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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인센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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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발전기금
운영 이후에도 주민과 발전소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풍력발전은 기술이 아니라 관계의 문제
결국 풍력발전 갈등은 ‘바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기술은 이미 충분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역 주민이 ‘배제된 방청객’이 아니라
공동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일이다.
바다와 바람이 지역경제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그 바람을 함께 맞는 주민들의 신뢰가 먼저 세워져야 한다.
그 신뢰를 설계하는 것—그것이 곧 지속 가능한 풍력발전의 출발점이다.
한방통신사 양호선기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