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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군, 코앞으로 다가온 수능에 "백두대간 기운 우리 아이에게도"

충북 괴산군 연풍선비길에 학부모 발길 이어져

 

한방통신사 권영분기자 기자 | “옛날 선비들이 과거 보러 이 길을 넘어갔다지요. 우리 아이도 이 기운 받아 좋은 결과 있으면 좋겠어요.” 수능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충북 괴산군 연풍면 조령산의 연풍선비길에는 또 다른 ‘과거길’이 열렸다.

 

조선의 선비들이 장원급제를 꿈꾸며 오르던 그 길 위에서 오늘의 부모들은 아이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고요한 부모들의 두 손이 모인다. 그 속엔 기도와 기다림, 그리고 한 세대의 간절한 희망이 실려 있다.

 

선비길을 찾은 학부모 김모(52)씨는 “아이보다 제가 더 떨리는 것 같아요. 그래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 기운을 전해주고 싶네요.”라며 다시 손을 모았다.

 

향 사이로 단풍잎이 떨어지고, 누군가는 작은 돌을 탑 위에 올린다. ‘과거에 합격하소서’라는 옛 문구처럼, 오늘의 기도는 “수능 잘 치러 무사히 합격하게 주세요”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 말속엔 한 해의 무게, 그리고 아이에게 보내는 조용한 응원이 담겨 있었다.

 

연풍새재는 괴산군과 경북 문경을 잇는 백두대간 고갯길이다. 옛날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길목이자 지금은 ‘수능 명당’으로 불린다.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죽령을 넘으면 ‘죽처럼 미끄러진다’는 속설이 있어 합격을 꿈꾸던 선비들은 이 길을 택했다고 전해진다. 박문수를 비롯한 수많은 선비가 이 길을 넘어 합격 소식을 전했다는 기록은 지금도 수험생 부모들의 마음을 붙잡는다.

 

짧은 숨을 몰아쉬며 걷는 황톳길 위에서 선비상을 마주한 부모는 자신보다 아이의 땀과 시간을 떠올린다. “예전엔 아이의 점수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마음이 평안하길 먼저 바라게 돼요.” 라며 한 학부모는 말했다.

 

수백 년 전 장원급제를 꿈꾸던 선비들의 길 위에서 오늘의 부모들은 또 다른 합격을 기도했다. 합격이 아니라, 아이의 평안. 그 바람 속에서 연풍새재의 바람이 부드럽게 스쳤다. 과거길은 그렇게, 오늘도 ‘부모의 길’이 되고 있었다.


[뉴스출처 : 충청북도 괴산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