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선 산업의 대표 기업인 LS전선이 수차례의 공정거래 논란에 휘말리며 ‘윤리경영’의 진정성을 시험받고 있다.
한때 ‘대한민국 전력망의 주역’으로 불리던 LS전선은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 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왔지만, 그 이면에서는 입찰 담합과 하도급 불공정 거래로 인한 행정 제재가 이어져왔다.
■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제재받은 입찰 담합
공정거래위원회는 2008년 LS전선을 포함한 국내 주요 전선업체들이 한국전력공사 발주 전력케이블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를 사전에 합의한 사실을 적발했다.
당시 공정위는 “전력케이블 산업의 경쟁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사건은 이후 원자력발전소용 전력케이블 납품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며 파장을 키웠다.
2013년에는 원전용 케이블 품질 인증서 위조 사건이 터졌다.
협력업체가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LS전선의 관리 책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비록 LS전선이 직접 위조에 가담한 정황은 없었지만, 원전 안전성에 직결되는 품질 관리 부실이 지적되면서 ‘공공 신뢰의 균열’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 2018년 공정위, 4개 전선사에 대규모 과징금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LS전선, 대한전선, 가온전선, 일진전선 등 전선 4개 업체가 한전 및 발전공기업 입찰에서 낙찰가를 조율한 사실을 확인하고, 총 2,000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는 “4개 사업자가 2013~2016년 사이 400여 건의 입찰에서 가격과 물량을 미리 조정했다”며 “공공조달 시장에서 실질적인 경쟁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국내 전력산업 담합사건 중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해당 조사 이후 LS전선은 ‘윤리경영 강화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내부감사와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을 도입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실효성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 2020년대 들어서는 ‘해외 사업 윤리 리스크’ 논란도
LS전선은 최근 해저케이블 수출 확대와 해외 플랜트 사업 진출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해외 프로젝트에서 하도급 관리 문제와 계약 과정의 불투명성이 지적된 사례도 있었다.
2021년 베트남 현지 자회사에서의 노동 환경 논란, 2023년 유럽 수출 계약 과정에서의 ‘부당 리베이트 의혹’ 등이 외신을 통해 제기됐다.
모두 사법적 판단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윤리경영 리스크가 상시적으로 존재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회사 측 “윤리경영·투명경영 강화 중”
LS전선은 최근 ‘Compliance 경영’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재발 방지 의지를 밝혔다.
본사는 모든 해외법인에 윤리경영 전담 조직을 설치했고, 임직원 대상 ‘입찰 공정성·공익신고제 교육’을 의무화했다.
또한 LS그룹 차원에서 **‘LS윤리헌장’과 ‘반부패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경영진의 의사결정 과정에 외부 감시를 도입했다.
LS전선 관계자는 한 인터뷰에서
“과거의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내부통제 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기술 경쟁뿐 아니라 윤리 경쟁에서도 업계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 탐사평 : 기술 선도 기업의 ‘투명성 회복’이 관건
LS전선은 분명 대한민국 전력산업의 성장에 기여해온 기업이다.
하지만 공정경쟁을 위협한 담합과 하도급 논란이 반복된 만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더 엄격히 요구된다.
전력 인프라의 신뢰는 단순한 기술력이 아니라 투명한 시장 질서 위에서 완성된다.
한 공정거래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전선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의 핵심축이다. 기술이 아니라 관계로 낙찰이 결정되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담합의 유혹은 계속된다.”
한방통신사 양호선기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