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대교 검문소, 이제는 ‘북상’과 ‘스마트 검문’으로 답해야 한다. 파주 접경지역의 시계는 아직도 70여 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안보를 이유로 설치된 검문소 앞에서 주민과 농민, 영농인, 관광객이 차량을 세우고 신원을 확인받는다. 국가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안보는 지키면서 주민의 일상은 얼마나 더 불편해야 하는가.
통일대교 검문소 문제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손배찬 파주시장은 지난 7월 통일부가 주최한 ‘제2차 접경지역 평화안전 연석회의’에서 통일대교 검문소 북상 이전과 민통선 출입체계 개선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단순히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검문소를 북쪽으로 이전하고 주행카드 방식의 출입체계를 도입해 주민들의 생활권을 회복하고 접경지역 관광과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자는 제안이다.
숫자가 말해준다. 지난해 통일대교 이용객은 관광객 약 55만 명, 영농인 약 15만 명 등 70만 명을 넘어섰다. 통일대교는 더 이상 일부 접경지역 주민만 이용하는 길이 아니다. 파주의 관광과 농업,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사실상 중요한 관문이다. 그런데 그 관문에서 여전히 반복적인 출입절차와 대기시간을 감수해야 한다면 ‘평화경제’를 말하면서 정작 평화경제로 들어가는 길은 막아놓은 셈이다.
더 중요한 것은 대안이 이미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강화군과 해병대 제2사단은 오는 9월 14일부터 민북지역 4개 검문소에서 CCTV와 차량인식 시스템을 활용한 비대면 검문을 시범운영한다. 차량이 시속 40㎞ 이하로 서행하면 CCTV 등을 통해 출입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오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적용하고, 야간이나 작전상황·장비 이상 때는 기존 대면검문으로 전환한다. 안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로 검문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파주도 못 할 이유가 없다.
사실 파주시는 이미 2021년 통일대교와 전진교를 대상으로 모바일 출입증 등 비대면 출입시스템 구축을 추진했다. 출입 신청과 본인인증을 스마트폰으로 처리하고 군은 출입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었다.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의지와 협의, 그리고 실행력이다.
물론 통일대교와 강화의 상황이 똑같지는 않다. 파주는 군사적 특수성이 크고 출입 차량과 관광객도 많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모든 규제를 한꺼번에 없애자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현실적인 해법은 단계적이어야 한다.
주민 상시출입 차량, 영농 차량, 업무 차량과 관광객을 구분하고 통일대교부터 스마트 검문을 시범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CCTV와 차량번호 인식, 사전등록 시스템을 결합하고 이상 차량이나 미등록 차량만 정차시키는 방식이라면 군의 통제권을 유지하면서도 대기와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다음 단계가 통일대교 검문소의 북상 이전과 민통선 조정이다.
이것은 단순히 검문소 하나를 옮기는 사업이 아니다. 통일촌과 해마루촌 주민의 생활권을 넓히고 영농활동을 안정시키며, 덕진산성·허준 묘역·초평도 등 접경지역의 역사·생태·관광자원을 지역경제와 연결하는 문제다. 파주시가 정부에 검문소 북상과 주행카드 방식 도입을 함께 건의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안보와 주민의 권리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70년 동안 안보를 위해 주민들이 감내해 온 불편이 있었다면, 이제는 첨단기술을 통해 그 불편을 줄여줄 차례다. 안보태세는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주민의 이동은 더욱 자유롭게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접경지역 혁신이다.
파주의 민통선은 언제까지 ‘닫힌 선’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가.
이제 답해야 한다.
통일대교의 변화는 검문소를 옮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파주의 미래를 가로막아 온 오래된 규제를 한 단계씩 걷어내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통일대교 검문소, 이제는 ‘북상’과 ‘스마트 검문’으로 답해야 한다. 파주 접경지역의 시계는 아직도 70여 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