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작성하고 직인을 찍어 국민에게 보내는 공문서는 단순한 행정문서가 아니다. 특히 수사 결과를 담은 통지서라면 당사자의 명예와 권리, 나아가 법적 지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서다.
그런데 경기북부경찰청이 전(前) 파주시장 관련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의 고발인에게 발송한 수사 결과 통지서가 잘못 전달됐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더욱이 해당 통지서의 내용을 토대로 보도가 이뤄진 뒤 담당 경찰관이 고발인과 일부 언론사에 연락해 통지서가 잘못 발송됐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기사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 8월 18일 해당 사건과 관련한 결정 내용이 담긴 수사 결과 통지서를 고발인에게 우편으로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문서에는 경찰의 직인이 찍혀 있었으며, 혐의별로 송치 또는 불송치 여부가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통지서를 전달받은 고발인이 이를 확인하고 일부 언론사가 관련 내용을 보도하자, 다음 날 담당 경찰관이 고발인에게 직접 연락해 “통지서가 잘못 나갔다”라는 취지의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해당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에도 경찰 관계자가 연락해 기사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물론 행정 과정에서 착오나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경찰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수사 결과를 담은 공식 통지서가 발송된 뒤 그 내용이 잘못됐다고 정정하는 문제는 단순한 행정착오로 치부하기에는 무게가 다르다.
더구나 해당 문서에 관서의 직인이 찍혀 있고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당사자에게 전달됐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그 문서를 신뢰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경찰은 설명해야 한다.
누가 해당 문서를 작성했는지, 누가 결재했는지, 어떤 확인 절차를 거쳐 발송됐는지, 그리고 발송 이후 무엇이 잘못됐다고 판단해 다시 정정하려 했는지 그 전 과정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특히 처음 발송된 문서와 이후 경찰이 설명한 사건 진행 상황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가 발생한 이유도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만한 일이 없었는지에 대한 점검이다.
현재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외압이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공식 문서가 발송된 직후 그 내용에 대한 수정 요구가 이뤄졌다면, 국민이 합리적인 의문을 갖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경찰은 바로 이 지점에서 적극적으로 설명할 책임이 있다.
공문서의 신뢰가 무너지면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경찰이 보내는 수사 결과 통지서 하나하나가 당사자에게는 결코 가벼운 종이가 아니다. 그 안에 자신의 명예와 권리, 사회적 평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을 단순히 ‘담당자의 실수’ 정도로 정리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오발송 여부와 그 경위, 문서 작성·결재·발송 과정, 이후 정정 과정까지 투명하게 확인해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문제가 확인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분명히 물어야 한다.
경찰이 국민에게 요구하는 것은 법과 원칙이다. 그렇다면 경찰 스스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공문서는 경찰의 얼굴이다.
한 번 발송된 공식 수사 결과 통지서의 내용이 뒤늦게 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면 국민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순한 문서 한 장의 오발송 여부가 아니다. 수사기관의 공문서를 국민이 믿어도 되는가 하는 신뢰의 문제다.
경기북부경찰청이 진정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변명이 아니라 사실관계의 공개다. 누가, 언제, 어떤 절차로 문서를 처리했고 어디에서 오류가 발생했는지 낱낱이 밝히는 것, 그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경찰의 권위는 직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공정성과 절차의 엄정함, 그리고 잘못이 발생했을 때 이를 투명하게 인정하고 바로잡는 책임감에서 나온다.
이번 논란을 경찰 스스로 신뢰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