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mm 폭우가 할퀸 거제…폐허 위에 다시 희망을 세우는 사람들 거제가 기록적인 폭우에 할퀴었다.
지난 8월 15일부터 사흘 동안 9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거제 곳곳이 물에 잠겼고, 산사태와 토사 유실 등 대규모 피해가 잇따랐다.
물이 빠진 뒤에도 재난은 끝나지 않았다. 도로와 보행로 곳곳에는 빗물에 휩쓸려 내려온 토사와 각종 잔해물이 뒤엉켰고, 주택과 공공시설에는 진흙이 깊숙이 파고들었다. 무너진 시설물을 복구하고 흙더미와 오염된 집기류를 걷어내야 비로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다.
거제에서 이번 수해의 상흔이 가장 선명하게 남은 곳 가운데 하나가 장평초등학교다.
학교 운동장은 약 30cm 높이의 토사로 뒤덮였다. 거센 빗물은 학교 안까지 밀려들어 본관 1층과 병설유치원 등을 침수시켰고, 교실과 복도는 순식간에 진흙과 흙탕물로 뒤덮였다.
아이들이 뛰놀아야 할 운동장은 흙더미로 변했고, 교실은 배움의 공간이 아닌 복구 현장이 됐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등교를 미루고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절망적인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온 이들이 있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상임대표 남영찬)를 비롯해 한국실버천사봉사단 제주지회(지회장 육광남) 등 한봉협 회원들과 각계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은 재난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향한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를 비롯해 전국 각지의 수해와 화재 현장에서도 이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재난의 현장에서 누군가의 손길이 절실할 때, 이들은 주저하지 않고 현장으로 들어갔다.
그 중심에는 서병철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사무총장이 있다.
서 사무총장은 전국 245개 자원봉사센터와 함께 재난 현장의 자원봉사 활동을 조율하며 현장 대응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자원봉사는 화려한 일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박수를 받거나 대가를 기대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진흙탕에 들어가고, 무거운 잔해를 옮기고, 젖은 집기 하나하나를 닦아내는 고된 작업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현장을 찾는 이유는 단순하다. 재난으로 무너진 일상을 조금이라도 빨리 되돌려놓기 위해서다.
지난 26일에도 자원봉사자들은 장평초등학교를 찾았다.
경남 지역 공무원들과 자유총연맹 경남지부 거제지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각급 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진흙과 토사를 걷어내고 침수로 젖은 집기류를 세척하며 복구 작업에 힘을 보탰다.
새마을금고에서 보내온 후원 물품도 피해 현장에 전달됐다. 삽과 빗자루가 움직일 때마다 교실 바닥에 쌓였던 진흙이 조금씩 걷혔다.
흙먼지가 일고 땀이 흘렀지만 누구 하나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아이들이 다시 교실로 돌아오고 운동장을 뛰어다닐 수 있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서다.
수해 피해는 학교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거제 곳곳에서 주택과 도로, 공공시설 등이 폭우의 직격탄을 맞았다. 산사태로 뒷산의 토사가 경사면을 타고 주택을 덮치면서 축대가 무너지고 흙탕물이 집안까지 밀려든 곳도 적지 않았다.
거제시는 피해 현장을 긴급 점검하고 응급복구에 나서는 한편, 공무원과 가용 인력, 장비를 총동원해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의 힘만으로 모든 피해를 단기간에 복구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재난 현장에서는 민간의 자원봉사가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누군가의 절망이 쌓인 곳에 먼저 들어가 흙을 퍼내고, 무너진 공간을 정리하고, 다시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사람들.
한국자원봉사협의회와 한국실버천사봉사단을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은 단순한 복구 작업을 넘어 수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하고 있다.
서병철 사무총장은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며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 숙련된 리더의 빠른 대응 지침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재난은 한순간에 일상을 무너뜨리지만, 일상을 다시 세우는 데는 수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폐허처럼 변해버린 장평초등학교. 그곳에서 지금도 묵묵히 움직이는 삽과 빗자루,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땀방울이 무너진 일상을 다시 일으키고 있다.
아이들이 다시 교문을 들어서고 운동장을 마음껏 뛰어다니는 그날까지, 거제의 복구 현장에는 오늘도 희망을 일으키는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900mm 폭우가 할퀸 거제…폐허 위에 다시 희망을 세우는 사람들 거제가 기록적인 폭우에 할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