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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경제/사설] 호남권 반도체 산단 전력 공급엔 ‘일사불란’한 한전, 동해안 송전선 가동 중단엔 ‘침묵’… 구조적 차별과 정치적 무관심이 낳은 비극

[강원=양호선 기자] 대한민국 전력 인프라 정책의 이중성과 정치적 셈법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전력(사장 김동철)이 정부의 정책적 의지에 발맞춰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의 적기 전력 공급을 위해 신기술과 신공법을 총동원하며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수년째 송전선 부족 문제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발전소들이 멈춰 서 있는 동해안 지역의 현실을 떠올리면, 한전의 이러한 기민한 행보는 국가 에너지 정책이 과연 공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깊은 회의감을 던져준다.

 

■ 호남권엔 신기술·신공법 총동원… 정부 의지엔 ‘일사불란’한 한전

한국전력은 최근 호남권 반도체 산단의 적기 전력 공급을 위해 ‘전력망 적기 구축 기술혁신방안’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산단 조성을 핵심 선결 과제로 제시하자마자, 지난달 29일 지방정부와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실무협의체 착수회의를 열고 인허가 기관 간 협력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강·하천 횡단 구간에 전용교량을 설치하는 비굴착 공법을 적용하고, 케이블 장거리 포설 공법 및 조립식 전력구 기술을 도입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메가프로젝트의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전력망 적기 구축은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과제”라며 전담 T/F를 중심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부의 정책적 기조에 따라 국책 사업이 추진될 때 한전이 이토록 기민하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능력의 문제가 아닌 ‘의지’와 ‘우선순위’의 문제임을 증명한다.

 

■ 동해안 발전소는 송전선 없어 ‘스톱’… 누구를 위한 전력망인가

그렇다면 반대로 동해안 지역의 상황은 어떠한가. 동해안 지역은 송전선로 부족이라는 치명적인 병목 현상으로 인해 완공된 발전소조차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 채 멈춰 서 있는 초유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수조 원에 달하는 국가 자본이 투입된 발전 설비가 전력망 미비로 인해 애물단지로 전락했음에도, 정부와 한전이 보여준 태도는 호남권의 신속한 행보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발전소를 지어놓고도 송전선이 없어 전기를 보내지 못하는 황당한 현실은 단순한 기술적 지연으로 치부할 수 없다. 이는 전력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 지역 간 형평성을 상실한 채, 철저히 정치권의 입김과 정책적 우선순위에 따라 자원이 배분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 동해안 전력난은 ‘정치권의 무관심’이 빚어낸 인재(人災)

결국 호남권 반도체 산단에는 신공법까지 동원하며 전력을 밀어주면서도, 동해안의 전력 송전 문제에는 수년째 미온적으로 대처해 온 현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동해안 지역 전력난이 단순한 행정적 착오나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정치권의 무관심과 무능이 빚어낸 명백한 구조적 차별이자 인재(人災)라고 보기에 충분하다.

 

국가 기간산업인 전력망 구축은 정권의 입맛이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특정 지역의 메가프로젝트에는 속도전을 불사하면서, 다른 지역의 생존권과 직결된 송전 문제에는 침묵하는 태도는 공공기관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다.

 

정부와 한전은 호남권에서 보여준 기민함을 동해안 전력망 확충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서 방치된 동해안의 송전선 부족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한다면, 국가 에너지 안보와 균형발전이라는 구호는 그저 허울 좋은 거짓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방통신사 양호선기자 | 제보 및 문의: 010-9698-2123 / sun47net@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