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울타리 안에 있는 법원과 검찰의 예시
2009년 여름, 전남 순천의 한 농촌 마을에서 일어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은 한순간에 한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아내이자 어머니가 숨지고, 마을 주민이 중태에 빠진 비극의 현장에서 검찰은 맹목적인 속도전 끝에 **‘부녀 공모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
그리고 그 억울한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된 사람은 평범한 농부 백모(74) 씨와 그의 딸이었다.
“증거도, 절차도, 상식도 없었다” — 법원이 인정한 검찰의 위법 수사
광주고등법원 형사2부(재판장 이의영)는 지난 28일, 살인 및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돼 13년간 옥살이를 했던 백씨 부녀에게 전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렇게 적시했다.
“당시 수사는 기본적 형사소송법 절차마저 준수되지 않았으며, 범죄의 증명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이 핵심 증거라 주장했던 자백은 강압과 유도신문의 산물이었다.
딸 백씨는 지능이 경계선 수준임에도 신뢰관계인 없이 조사를 받았고, 수갑과 포승줄에 묶인 채 12시간 넘게 조사를 당했다.
진술거부권도 고지되지 않은 채, 검찰이 만들어낸 시나리오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검찰은 부녀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다 모친에게 들켜 살인을 공모했다”는 자극적인 서사를 덧씌웠지만, 재판부는 “이 주장은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으며, 실제일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단언했다.
즉, 검찰은 존엄한 인간을 스스로 타락한 존재로 만들고, 사건을 극화하여 여론을 조작한 셈이었다.
검찰의 ‘스토리 만들기’ 수사 — 진실보다 드라마를 택했다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히 잘못된 판단이 아니라, 검찰의 ‘의도된 왜곡’에 있다.
검찰은 처음부터 범인을 정해두고, 그 틀에 맞춰 증거와 진술을 끼워 맞췄다.
‘스토리를 짜고 윽박질렀다’는 딸 백씨의 말은 그 자체로 한국 수사 현실의 민낯을 드러낸다.
“(검찰이) 스토리를 짜고 윽박지르고, 아니라고 말해도 계속 밀어붙였다. 검사, 수사관들 말은 다 거짓이었다.”
— 재심 선고 후 딸 백씨의 법정 발언
검찰은 피의자의 무죄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CCTV 영상, 막걸리 구입 여부, 청산가리 양의 불일치 등
모든 객관적 의혹을 무시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검찰의 ‘결과 지상주의’가 만들어낸 하나의 국가적 범죄였다는 것이다.
무너진 가정, 잃어버린 13년 — 그러나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백씨 부녀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의 항소로 2심에서 유죄로 뒤집혔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그렇게 시작된 13년의 수감 생활은 가족을 파탄으로 몰아넣었고, 노년의 아버지와 청춘을 잃은 딸의 삶은 국가의 무책임한 폭력 아래 짓밟혔다.
재심 판결이 내려진 날, 백씨는 “기가 막히다. 억울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딸은 “다시는 이런 식의 수사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한숨, 침묵은 그 어떤 형사 판결문보다 무겁다.
검찰, 정의의 이름으로 저지른 죄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은 검찰의 체질적 문제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다.
강압과 조작, 자백 중심 수사, 언론플레이로 여론을 선점하는 구조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건의 진범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 가지 진실만은 분명하다.
이 사건의 진짜 범인은 ‘검찰의 오만’이었다.
이제는 ‘진실의 사과’가 필요하다
검찰은 스스로 저지른 잘못을 덮기보다, 진심 어린 사과와 제도적 반성을 보여야 한다.
피해자 가족이 겪은 상처와 손실은 단순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에게 저지른 제도적 폭력이었다.
이제 검찰은 묻지 않아야 한다.
“왜 그때 자백했느냐”가 아니라,
“왜 그토록 쉽게 인간을 죄인으로 만들었느냐”를.
“청산가리보다 더 독한 것은 권력의 오만이었다.”
이제는 그 독을 정화할 때다.
무죄 판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 진짜 정의는 사과에서부터 시작된다.
한방통신사 양호선기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