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때를 가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
(칼럼) 때를 가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
  • 신유철
  • 승인 2019.02.08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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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 추진은 만남의 시기도 고려해야

며칠 전 휴일, 모처럼 강추위가 풀려 강변 언덕길을 따라 자전거 운동을 하는 시간을 가졌던 적이 있다. 페달을 힘껏 밟았지만 마음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혹시나 며칠 사이에 체력이 소진돼서 그런 것이 아닌가. 아니면 자전거가 오래돼 어디 기기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고 살펴보았으나 그것도 아니다. 원인을 살펴보니 그날 미세한 강바람을 느끼지 못한 나의 무딘 감각이 실책이었다. ‘바람을 마주하고 페달을 밟으니 속도가 더디어질 수밖에...’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오던 길의 반대로 다시 돌아가니 속도가 배가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순탄한 길도 역풍에는 도리가 없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불리한 상황에 부딪치면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되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렇다. 모든 사람들이 성공하는 삶을 살려면 자기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기회와 때를 잘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먼저 우리가 즐겨 읽는 고전을 살펴보자. 삼국지를 보면 바람과 화공을 이용,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적벽대전이 있는가 하면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도 물길의 때를 잘 이용해 왜군을 섬멸한 적도 있다.


이달 27~28일쯤 베트남에서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라고 발표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독 정치권은 때와 시간에 민감하다.자유 한국당은 마침 정상회담 날짜가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여는 날과 겹친다며 다른 날로 날짜를 연기 운운하며 야단법석이다. 모처럼 중요한 당 행사가 국제적인 큰 회담 분위기에 묻혀 졸속 행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비슷한 시기에 만나기로 예정됐던 중국과의 미중 회담을 취소한다는 것이다. 북미회담에 손을 얹고 무임승차 식으로 성급하게 양국의 무역 분쟁을 해결하겠다는 중국의 속내를 미리 읽고 대비하겠다는 계산인 것 같다.


개인 간의 만남을 약속이라고 한다면 국가 간의 만남과 대화를 외교라고 칭 한다. 똑같은 사안이지만 모든 것이 다가오는 때의 유. 불리를 따져 불리한 시점에서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그래서 노련한 외교관이나 신중한 사람들은 때를 지켜보며 말을 아낀다. 멈출 때 앞으로 나가거나 앞으로 나갈 때 멈추는 방식의 완급을 무시하며 시기마저 놓친다면 그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사람들이나 정치를 하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이 권좌에 있으면 욕심이 생기고 욕심을 멈추지 않으면 파국을 맞는다. 노자의 도덕경을 보면 다언삭궁( 多言數窮) 이란 말이 있다. 말이 많으면 궁지에 몰린다는 고사성어다.


괜히 말을 앞세워 되지 않는 것을 미리 발표하거나 약속한다면 당사자가 정치인이라면 지지자들의 신뢰성을 상실할 것이고, 개인이라면 사람들로부터 신망을 잃을 것이다.


모든 일을 추진하는데 앞서 먼저 사리판단을 한 후 주변의 여건과 때를 살펴 추진하는 것은 현자의 모습이다. 경망스럽게 말을 먼저 한 뒤 잘못이 있으면 다시 수정하는 식의 방법은 상대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말에 대한 신뢰는 개인 간에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국가 간이나 국민들과의 약속이라면 더더욱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성급한 태도를 솔직하다고 표현한다면 잘못된 것이다. 성급한 감정보다는 절제를 통해 한 번 더 적절한 시기를 생각하는 멈춤의 지혜를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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