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물러가는 처서를 앞두고 (칼럼)
무더위가 물러가는 처서를 앞두고 (칼럼)
  • 신유철kbs1 기자
  • 승인 2019.08.16 1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월과 8월은 1년 중 가장 무더운 계절이다. 폭염특보와 함께 전국 여기저기에서 막바지 피서가 한창이다. 달력을 살펴보니 며칠 전 말복(末伏)이 지났고, 오는 23일이 처서(處 署)라고 표시돼 있다. 처서는 절기상 무더위가 한풀 꺾이며 물러간다는 뜻이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럽고 혼란한 와중에도 계절의 순리는 항상 변함없다.

어쩌다 들녘 길을 스쳐 지나다 보면 물기를 머금은 벼 이삭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구름이 걷힌 하늘 사이로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벼의 낫 알이 살찌우는 모습이다. 길 가의 어느 집 담장 모퉁이에는 아직 설익은 대추와 모과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맑은 바람과 왕성한 햇살을 받아야 모든 곡식들이 잘 여문다.

잠시 도심을 벗어나 보자. 예나 지금이나 농촌 주변은 언제나 평화로운 모습이다. 지금 우리 곁에 잠시 머물렀던 여름은 또 하나의 추억으로 가고 있다.

여름을 보내는 사람들의 마음도 가지각색이다. 누구나가 가슴 한편에 여름날의 소소한 추억을 담고 있다. 어느 사람은 바닷가 해송 그루터기에 앉아 넓은 모래사장과 맞닿은 곳에서 푸른 바닷가를 보았던 추억을 생각하고, 또 어떤 사람은 해외 나들이를 하면서 낯선 곳에서 보았던 기이한 도심지 풍경을 회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름날의 기억들은 누구나에게 꼭 즐겁고 감상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불편했던 기억들이 더 많을 수 도 있다.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에게는 고단한 기억들이 더 많다.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 무더위 속에 소낙비를 맞으며 도심 한 복판에서 시위대들과 함께 구호를 외친 사람들도 있다. 빚에 허덕이는 영세업자들은 많은 걱정거리로 밤잠을 못 이루는 시간도 있었다. 이젠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든 차곡차곡 쌓이는 여름의 기억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도 예사 더위는 아니었다. 그래도 잘들 참고 견디었다. 무더위는 계속되지만 날씨는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분다. 요즘은 지구의 온난화 영향으로 무더위가 조금은 늦게 물러난다. 그렇지만 가까운 개울에 나가보면 개천의 물소리가 경쾌하다. 도심에서도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 표정이 밝아지고 몸놀림이 조금은 경쾌하다. 어느 날 다가오는 새로운 계절의 힘찬 기운 앞에 떠나는 계절은 순식간에 힘없이 사라진다.

순리에 따라 바뀌는 계절과 달리 우리가 매일 접하는 시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왜 이다지도 뒤숭숭하고 변화무쌍한 지, 우리들의 일상은 매일 같이 마음 한 구석에 불안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 한 채 끊임없는 걱정 속에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들이 갖고 있는 걱정거리도 언젠가는 지나가는 계절처럼 사라지는 것 들이다.

이런 때는 잠시나마 심신에 쌓였던 피로를 씻어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괜찮은 일인 것 같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저녁 시간, 냉방시설에 의존했던 집 밖을 나와 조그만 테라스에 앉아 조용한 음악이라도 들으며 머리를 식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시원한 음료수라도 한잔 마시며 잠시나마 걱정을 잊고 사는 시간을 갖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 (대호빌딩) 205호,206호(연지동)
  • 대표전화 : 02)766-1501
  • 팩스 : 02)765-81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유철
  • 법인명 : 한국언론포털통신사
  • 제호 : 한국방송통신사
  • 발행인 : 신유철
  • 편집인 : 신유철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89
  • 등록일 : 2017-12-21
  • 사업자번호 : 447-81-00979
  • 법인명 : 한국언론포털통신사
  • 제호 : 한국언론포털통신사
  • 등록번호 : 문화 나 00035
  • 회장·발행인 : 신유철
  • 대표 : 권영분
  • 편집인 : 신유철
  • KBCSnew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한국방송통신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bu9898@nate.com
ND소프트